시골에 살면서 왠만한건 낭만이라는 단어로 덮을 수 있지만 이놈의 눈은 정말 답없다. 조금만 많이 내리면 동네가 고립되기 십상이니 자동차라도 움직이려면 300kg는 넘는 모래주머니들과 쇠사슬 체인 등 만만치 않은 월동 준비를 해야 한다. 눈 때문에 서울에서 전주까지 13시간의 기록도 보유하고 있고 전주에서 양평까지 26시간의 끔찍한 추억도 가지고 있다. 이번 겨울에는 무난히 넘어가나 싶었...
새해 두째 날.. 슬슬 시동 걸 준비를 한다. 아직 오른쪽 어깨가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.. 작업대와 공구함 위치를 변경하고 그렇다고 작은 작업실에 크게 달라지는건 없지만.. 유독 올 해는 무덤덤하려고 애쓰는 느낌이다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인가? 그러기엔 너무 밑바닥 인생이라는..
23년 마지막 날. 혼자 이러고 놀고 있다. 벌써 몇 주째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전에 같으면 자학에 가까운 스트레스를 받으며 바둥거렸겠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는 중. 결국 답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.. 스트레스도 최대한 안받으려고 애쓰는 중.